2년간 바이오스피어 2에 갇혀 살았던 8명은 그 후 어떻게 살았을까?|30년 후를 바꾼 인생의 선택

2년간 바이오스피어 2에 갇혀 살았던 8명은 그 후 어떻게 살았을까?|30년 후를 바꾼 인생의 선택

1991년 9월 26일. 미국 애리조나 사막 한가운데에 만들어진 거대한 유리 돔 안으로 8명의 사람들이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문이 닫혔습니다. 그들이 들어간 곳은 바이오스피어 2(Biosphere 2)​였습니다.

지구를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로 보고, 그 안에서 인간이 외부와 최대한 단절된 채 살아갈 수 있는지를 실험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었습니다. 4명의 여성과 4명의 남성은 그 안에서 농사를 짓고, 물을 재활용하고, 공기를 관리하고, 동물을 돌보며 생활했습니다.

목표로 했던 기간은 무려 2년이었습니다. 실제로 1차 미션은 1991년 9월 26일부터 1993년 9월 26일까지 진행됐습니다. 당시 8명은 폐쇄 생태계 안에서 인간이 생활한 기간으로 세계적인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저는 바이오스피어 2를 처음 알았을 때보다 시간이 지난 뒤에 오히려 이 사람들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은 그 후에 어떻게 살았을까?"

2년 동안 그렇게 특별한 경험을 하고 밖으로 나온 사람들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을까요? 아니면 그 2년이 이후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을까요? 찾아보니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biosphere 2

이 글은 <바이오스피어 2>실험에 들어간 사람들의 현재 생활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바이오스피어2에 대한 글을 먼저 읽고 오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를 눌러주세요. 

1편 <바이오스피어 2란? 8명이 2년 동안 지구를 복제해 살아본 놀라운 실험>

2편 〈바이오스피어 2의 미스터리|토양 미생물은 왜 산소를 줄이고 바퀴벌레는 폭증했을까?〉



바이오스피어 2의 8명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바이오스피어 2의 첫 번째 미션에 들어간 8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Jane Poynter, Taber MacCallum, Roy Walford, Linda Leigh, Sally Silverstone, Mark Van Thillo, Abigail Alling, Mark Nelson.

1991년 당시 이들의 나이는 27세부터 67세까지 다양했습니다. 의사, 식물학자, 해양생물학자, 농업 전문가, 기술자, 생태학자 등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이들이 단순히 실험에 참여하는 과학자들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바이오스피어 2라는 작은 세계를 직접 운영해야 하는 사람들이기도 했습니다.

농사를 지어야 했고, 물을 관리해야 했고, 공기의 상태를 확인해야 했고, 동물과 식물을 돌봐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서로 다른 성격의 사람들이 아주 좁은 공간에서 2년을 함께 살아야 했습니다. 말 그대로 하나의 작은 사회를 만든 것이었습니다.



1. Jane Poynter|바이오스피어 2에서 우주산업으로

Jane Poynter는 바이오스피어 2에서 농업과 식량 생산과 관련된 중요한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녀는 농업 시스템을 관리하면서 실제로 사람들이 먹을 식량을 생산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바이오스피어 2 생활 중에는 예상하지 못한 사고도 있었습니다. 곡물을 수확하는 과정에서 손가락 끝을 크게 다쳐 잠시 외부로 나갔다가 다시 안으로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녀가 2년 후 밖으로 나온 뒤 선택한 길은 상당히 놀랍습니다. 우주산업이었습니다.

Jane Poynter는 Taber MacCallum과 함께 우주 생명유지 시스템과 관련된 기업을 만들었고, 이후에도 우주산업과 관련된 사업을 계속했습니다.

바이오스피어 2에서 경험했던 공기, 물, 식량, 폐기물, 생명유지 시스템 이라는 문제를 그대로 우주산업으로 가져간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연결이기도 합니다. 바이오스피어 2는 결국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작은 공간 안에서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를 실험한 곳이었으니까요. 그곳에서 2년을 실제로 살아본 경험은 우주 생명유지 시스템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엄청난 자산이었을 것입니다.



2. Taber MacCallum|2년의 경험을 우주 기술로

Taber MacCallum 역시 바이오스피어 2에서 환경과 생명유지 시스템을 다루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는 Jane Poynter와 함께 바이오스피어 2 이후 우주산업으로 진출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Paragon Space Development를 공동으로 설립했습니다. 이후 우주선의 생명유지 시스템과 환경제어 기술 등을 개발하는 일을 이어갔습니다. 바이오스피어 2에서 경험했던 문제가 그대로 새로운 직업이 된 셈입니다.

바이오스피어 2에서의 2년은 끝났지만, 그곳에서 배운 것을 버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자신이 경험한 문제를 다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떤 경험은 시간이 지나면 그냥 과거의 추억이 됩니다. 하지만 어떤 경험은 이후 인생의 다음 단계로 연결됩니다. 같은 2년이라도 사람에 따라 인생에서 전혀 다른 의미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Abigail Alling|지구를 떠나는 대신 지구를 지키는 길

Abigail Alling은 바이오스피어 2에서 과학 연구를 총괄하고 바다와 습지, 물 시스템 등을 담당했습니다. 그녀에게 바이오스피어 2는 단순한 실험실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그곳에서 인간이 생태계에 얼마나 깊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직접 경험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녀는 그 경험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Abigail Alling은 Biosphere Foundation을 공동 설립했고 현재도 President & CEO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재단은 해양과 산호초, 열대림, 지속가능한 농업과 생태교육 등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이오스피어 2에서 배운 것을 우주로 가져간 사람도 있지만, Abigail은 그 경험을 지구를 지키는 데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4. Mark Van Thillo|기술을 넘어 생태계로

Mark Van Thillo는 바이오스피어 2의 기술 시스템을 담당했습니다. 기계와 기술 시스템을 관리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바이오스피어 2라는 복잡한 공간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 그 역시 지금까지 생태계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Biosphere Foundation의 Chief Operations Officer이면서, 오래된 범선 Mir의 선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기계와 시스템을 관리하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바다와 생태계, 환경보전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커리어가 꼭 직선으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도 지금 제 2의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 아닌 독자분들도 마찬가지겠지요. 지금까지의 커리어를 이어서 유지 혹은 이직을 하는 방법도 있을것이고, 아예 새로운 일을 해 보는 방법도 있을것 같습니다. 아직 살아갈 날이 무궁무진하고,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것 같습니다. 



5. Sally Silverstone|농업에서 생태계 보전으로

Sally Silverstone은 농업과 식량 시스템을 담당했습니다. 바이오스피어 2 안에서 사람들이 먹을 음식을 생산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습니다. 외부 슈퍼마켓에서 식재료를 사올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농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않으면 실제로 먹을 것이 부족해졌습니다. 당시 승무원들은 지속적인 배고픔을 경험했고, 전체 식량의 상당 부분을 내부에서 생산해야 했습니다. Biosphere Foundation은 첫 번째 미션에서 승무원들이 전체 식량의 약 81%를 직접 생산했다고 설명합니다.

Sally는 그 경험을 이후에도 이어갔습니다. 현재도 Biosphere Foundation에서 농업과 산림 분야의 활동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발리 지역에서 농업과 산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년 동안 농사를 지었던 경험이 30년 후에도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6. Mark Nelson|바이오스피어에서 생태공학 연구자로

Mark Nelson은 1991년 바이오스피어 2에 들어갈 당시 44세였습니다. 그는 Dartmouth College에서 철학을 공부했고 생태계와 환경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바이오스피어 2에서 나온 뒤에는 생태공학과 폐쇄 생태계, 폐수 재활용 등의 분야를 계속 연구했습니다. 그리고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연구자와 저술가로 활동했습니다. 

그의 삶을 보면 바이오스피어 2가 단순한 경력의 한 줄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경험을 연구 주제로 확장한 것입니다. 바이오스피어 2에서 직접 경험한 질문을 밖으로 가지고 나와 계속 연구한 셈입니다.



7. Linda Leigh|식물과 생태계를 계속 연구하다

Linda Leigh는 식물과 생태계 분야를 담당했습니다. 바이오스피어 2 안에서 식물들이 제대로 자라는지 관리하고 생태계의 균형을 관찰하는 일이 중요한 역할이었습니다.

그녀 역시 이후 생태학과 지역 농업, 환경 분야의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화려한 기업가가 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바이오스피어 2에서 시작한 관심을 평생 이어갔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런 삶도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경험을 이용해 회사를 만들거나 큰 성공을 거둘 필요는 없으니까요. 내가 좋아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오래 이어가는 것 역시 하나의 성공일 수 있습니다.



8. Roy Walford|가장 나이가 많았던 승무원의 마지막

Roy Walford는 바이오스피어 2에 들어갈 당시 60대 후반이었던 의사이자 노화 연구자였습니다. 8명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았습니다. 그는 UCLA 의과대학에서 노화와 수명에 관한 연구를 했던 의사였습니다.

바이오스피어 2에서 나온 뒤에도 노화 연구를 계속했습니다. 그리고 2004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가 다른 승무원들처럼 30년 후까지 자신의 삶을 이어갈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바이오스피어 2에 들어갔던 당시의 나이는 우리에게 또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라는 것은 정말 존재할까?"

60대의 의사가 20대, 30대의 사람들과 함께 인간의 새로운 생활환경을 실험했습니다. 나이는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선택의 전부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30년이 지나고 나서 보니

1993년 9월 26일. 8명의 사람들은 바이오스피어 2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 순간만 보면 실험이 끝난 것입니다. 2년 동안의 생활도 끝났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인생은 그때부터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우주산업으로 갔습니다. 어떤 사람은 생태계 보전으로 갔습니다. 어떤 사람은 농업을 계속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연구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 사람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이오스피어 2에서 보낸 2년이 이후의 삶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곳에서 경험했던 문제와 질문을 각자의 방식으로 가지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이후의 삶에서 계속 사용했습니다.

Biosphere Foundation도 현재까지 원래 승무원들이 바이오스피어 2에서 배운 경험을 바탕으로 지구의 생태계와 지역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30년 후는 어떨까요?

이 이야기를 찾아보다가 문득 제 자신의 하루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 역시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매일 출근하고, 업무를 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회의를 하고, 퇴근합니다. 어떤 날은 정말 치열하게 일합니다. 그런데 하루가 끝나면 이상하게도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오늘도 어제와 별로 다르지 않았네."

어제도 출근했고, 오늘도 출근했고, 내일도 출근할 것입니다. 

아이들을 챙기고, 회사 일을 하고, 집안일을 하고, 잠을 잡니다.

40대가 된 지금의 삶은 어쩌면 특별한 사건보다 이런 평범한 하루들이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사는 것이 정말 의미가 있는 걸까 생각하게 됩니다.

오늘 회사에서 해결한 작은 문제 하나가, 오늘 공부한 책 몇 페이지가, 오늘 아이와 나눈 대화 한마디가, 오늘 조금 더 참았던 순간이, 과연 내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까 하고 생각합습니다. 그런데 바이오스피어 2의 사람들을 보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30년 후의 나는 오늘의 나를 기억할까요?

1991년의 Jane Poynter가 "이 2년의 경험이 30년 뒤 내 인생을 이렇게 만들 것이다." 라고 생각했을까요? 아마 몰랐을 것입니다.

Taber MacCallum도, Mark Nelson도, Abigail Alling도, Sally Silverstone도 그때는 자신들이 30년 뒤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저 그날 해야 할 일을 했을 것입니다. 농사를 짓고, 공기를 확인하고, 물을 관리하고, 실험 데이터를 기록하고, 서로 부딪히면서도 하루를 버텼을 것입니다.

그런 하루들이 모여 2년이 되었고, 그 2년이 다시 그들의 인생에 흔적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30년이 지나고 나니, 그 흔적은 그들의 직업과 가치관과 삶의 방향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오늘 하루도 어쩌면 인생의 한 조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인생은 특별한 한 번의 선택으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보통 인생을 바꿀 만한 큰 결정을 기다립니다.

이직을 할까? 공부를 시작할까? 새로운 일을 해볼까? 돈을 더 벌어야 할까? 아이에게 더 좋은 부모가 되어야 할까?

그런데 실제 인생은 어쩌면 그런 큰 결정들보다 오늘의 작은 선택들이 훨씬 오래 쌓이는 과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조금 더 공부한 것. 오늘 회사에서 한 가지 문제를 더 깊게 고민한 것. 오늘 가족에게 짜증을 내지 않고 한 번 더 웃어준 것. 오늘 내 몸을 조금 더 챙긴 것. 오늘 새로운 것을 하나 배운 것. 오늘 내가 좋아하는 일을 30분이라도 해본 것.

그 순간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어제와 똑같은 하루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10년 뒤, 20년 뒤, 30년 뒤에는 어떨까요?

나는 잘살고 있는가



30년 전의 선택이 지금의 삶을 만들었다면

바이오스피어 2의 8명은 우리에게 굉장히 재미있는 질문을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미래를 만들고 있나요?"

물론 저는 30년 뒤의 모습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30년 뒤에도 이어질지, 오늘의 공부가 어떤 기회를 만들어줄지, 오늘의 열정이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 것 같습니다.

오늘은 그냥 사라지는 하루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의 경험이 내일의 실력이 될 수도 있고, 오늘의 공부가 몇 년 뒤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오늘의 열정이 10년 뒤 나를 지탱하는 전문성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오늘 아무것도 하지 않은 하루 역시 쌓일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을 조금 다르게 살아보려고 합니다.

회사에서 치열하게 일하는 것 역시 단순히 오늘의 업무를 끝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10년 뒤의 나에게 어떤 능력을 남겨줄 것인지 생각하면서 해보려고 합니다.

오늘 일하고 공부한 것도, 몇 년 뒤에도 나에게 남아 있을 지식과 자신감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 보내는 평범한 저녁도, 어쩌면 아이들이 기억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보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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