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피어 2의 미스터리|토양 미생물은 왜 산소를 줄이고 바퀴벌레는 폭증했을까?

바이오스피어 2의 미스터리|토양 미생물은 왜 산소를 줄이고 바퀴벌레는 폭증했을까?

앞선 글에서는 바이오스피어 2가 무엇인지, 그리고 1991년 실제로 8명이 그 안에서 2년 동안 생활했던 실험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사람들은 작은 공간 안에 지구와 비슷한 생태계를 만들었습니다. 식물도 넣고, 동물도 넣고, 농경지도 만들고, 물도 순환시켰습니다. 그런데 실험이 시작되자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대기 중 산소가 빠르게 감소한 것입니다.

더 이상한 것은 산소가 크게 줄었는데도 이산화탄소가 그만큼 증가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생태계에서는 또 다른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바퀴벌레와 개미 같은 일부 곤충은 크게 증가했지만, 여러 생물은 사라졌습니다. 도대체 바이오스피어 2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이 글은 <바이오스피어 2란? 8명이 2년 동안 지구를 복제해 살아본 놀라운 실험>에 이은 2편이므로, 앞선 글을 먼저 읽고 오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1편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를 눌러주세요. 

<바이오스피어 2란? 8명이 2년 동안 지구를 복제해 살아본 놀라운 실험>

biosphere2



토양 미생물이 산소를 소비했습니다

산소가 줄어든 원인은 바로 흙 속에 있습니다. 

우리는 흙을 단순히 식물이 자라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토양은 수많은 미생물이 살아가는 생태계입니다. 세균과 곰팡이 같은 미생물은 식물의 잔해, 낙엽, 죽은 생물 등의 유기물을 분해합니다. 이 과정에서 산소를 사용하는 미생물도 많습니다.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유기물 + 산소 → 이산화탄소 + 물 + 에너지

사람이 음식물을 섭취하고 산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얻는 것과 기본적인 원리는 비슷합니다.

바이오스피어 2에는 다양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상당한 양의 토양과 유기물이 들어갔습니다. 게다가 비옥한 토양을 넣었기 때문에 토양 속 미생물의 활동이 예상보다 활발히 일어났습니다. 미생물들이 유기물을 분해하면서 산소를 계속 소비했고, 그 결과 밀폐된 공간의 산소 농도가 크게 감소했습니다.

즉, 식물이 산소를 만들어내고 있었지만 토양 미생물과 다른 생물들의 호흡을 통해 산소가 계속 소비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산화탄소는 왜 많이 늘지 않았을까요?

여기서 바이오스피어 2의 또 다른 미스터리가 등장합니다.

미생물이 산소를 소비했다면 당연히 이산화탄소가 발생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산소가 21%에서 14%까지 감소했다면 이산화탄소도 당연히 많이 증가했을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소 감소량에서 예상되는 만큼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를 이해하려면 바이오스피어 2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살펴봐야 합니다.



콘크리트가 이산화탄소를 잡았습니다

콘크리트에는 수산화칼슘과 같은 알칼리성 성분이 존재합니다. 이 성분은 공기 중 이산화탄소와 반응할 수 있습니다.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Ca(OH)₂ + CO₂ → CaCO₃ + H₂O

이산화탄소가 콘크리트 내부의 성분과 반응해 탄산칼슘으로 바뀌면서 고정된 것입니다. 이 과정을 콘크리트 탄산화라고 합니다. 

바이오스피어 2는 다량의 유리와 콘크리트로 지어졌기 때문에, 자연에서 만들어진 이산화탄소가 콘크리트와 만나 콘크리트를 탄산화 시키고 콘크리트에 고정되어 머무르게 되어 탄소의 이동이 이루어지지 않고, 이산화탄소 일부가 이러한 과정에 의해 대기에서 제거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미생물 활동 → 산소 소비 → 이산화탄소 발생 → 일부 이산화탄소가 콘크리트와 반응 → 탄산칼슘 형태로 고정

결과적으로 산소는 크게 감소했지만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그에 비해 크게 증가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 현상은 바이오스피어 2가 단순한 생물학 실험이 아니라 생물학과 화학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거대한 시스템 실험이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자연은 우리가 생각한 것만큼 단순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자연은 위대하다



바퀴벌레는 왜 그렇게 많아졌을까요?

바이오스피어 2에서 놀라운 현상은 산소 문제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곤충의 종류와 개체수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일부 곤충은 크게 증가한 반면 다른 곤충들은 사라졌습니다. 특히 바퀴벌레와 개미 같은 곤충의 번성이 눈에 띄었습니다.

바이오스피어 2에는 생태계의 물질순환에 도움을 주기 위해 유익한 바퀴벌레를 의도적으로 포함하였습니다. 그런데 나무나 농작물을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바퀴벌레 (집바퀴)도 유입되었고, 이들이 크게 증가하면서 농작물에 피해를 주기도 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요?



폐쇄된 생태계에서는 균형이 중요합니다

자연에서는 특정 생물이 무한정 증가하기 어렵습니다.

먹이가 부족해질 수도 있고, 천적에게 잡아먹힐 수도 있고, 다른 생물과 경쟁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바이오스피어 2에서는 지구 생태계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과 관계를 완벽하게 재현할 수 없었습니다. 어떤 생물에게는 먹이가 충분했지만 그것을 통제할 천적이 부족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일부 생물은 예상보다 크게 증가했습니다.

바이오스피어 2라는 공간은 외부의 자연에서 이동하여 만들어진 새로운 공간(환경)으로, 그러한 새로운 환경에 동식물이 빨리 적응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바퀴벌레와 개미처럼 먹이의 종류가 다양하고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하는 생물은 새로운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빨리 적응했고, 개체수가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반면 특정 식물이나 다른 생물과의 관계에 의존하는 생물은 살아남기 어려웠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생태계가 단순히 "좋은 생물을 많이 넣으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생물의 종류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생물들 사이의 관계입니다.



바이오스피어 2와 지구온난화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바이오스피어 2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구온난화가 떠오릅니다. 물론 바이오스피어 2의 산소 감소와 오늘날의 지구온난화를 동일한 현상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탄소순환입니다.

지구에서는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배출됩니다. 이산화탄소의 일부는 식물과 토양에 흡수되고, 일부는 바다에 녹아들며 여러 형태로 저장됩니다. 하지만 인간의 활동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자연의 흡수 능력을 초과하면 대기 중에 남는 양이 증가합니다. 그리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온실효과가 강화되어 지구의 기후에 영향을 줍니다.

바이오스피어 2에서도 탄소는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았습니다.

토양의 유기물에서 탄소가 나오고, 미생물의 호흡을 통해 CO₂가 만들어지고, 일부 CO₂는 콘크리트와 반응해 고정되었습니다.

즉, 탄소는 생태계 안에서 계속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콘크리트가 지구온난화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이오스피어 2에서 콘크리트가 이산화탄소를 고정했다고 해서 콘크리트가 지구온난화 문제의 해결책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지구의 탄소순환은 훨씬 거대하고 복잡합니다. 식물과 토양, 바다, 암석 등 다양한 저장고가 서로 연결되어 있고 각각의 흡수 능력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이산화탄소가 얼마나 발생했는가?" 뿐 아니라, 

"발생한 탄소가 어디로 이동하고 얼마나 오랫동안 저장되는가?" 를 함께 보는 것입니다.

바이오스피어 2는 이런 탄소순환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실제 사례입니다.



그래서 바이오스피어 2는 실패였을까요?

처음 목표만 놓고 보면 완벽한 성공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 점 때문에 바이오스피어 2가 더 가치 있는 실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지구를 작은 공간 안에 재현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문을 닫고 실험을 시작하자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계속 발생했습니다.

토양 미생물이 산소를 소비했고, 콘크리트가 이산화탄소의 일부를 고정했고, 바퀴벌레와 개미 같은 일부 곤충이 크게 증가했고, 다른 생물들은 감소했습니다. 작은 미생물과 곤충, 건축자재까지 서로 연결되어 전체 시스템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자연은 인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했던 것입니다.



아이들과 〈최후의 인류〉를 함께 보면 좋은 이유

저는 그래서 EBS **〈최후의 인류〉**를 아이들과 함께 보는 것이 좋은 과학 공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당 프로그램은 바이오스피어2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시청자에게 새로운 고민을 하게 합니다. 단순히 "생존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자연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라는 질문으로 생각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이렇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바이오스피어 2에 무엇을 가져가야 할까?"

처음에는 물과 음식이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식물, 씨앗, 흙, 미생물, 곤충, 물고기 등 수많은 요소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미생물은 좋은 생물일까?"

미생물은 식중독이나 식품 부패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자연에서는 죽은 생물을 분해하고 영양분을 순환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바이오스피어 2에서는 이러한 미생물의 활동이 너무 활발해 산소 감소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같은 생물도 환경과 상황에 따라 역할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바퀴벌레를 전부 없애면 안 될까?"

아이들은 바퀴벌레를 싫어합니다. 그래서 바이오스피어2의 예시를 보고 바퀴벌레가 사라졌을 때 생태계의 다른 부분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먹이사슬과 생태계의 상호작용을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지구가 망가지면 다른 행성으로 가면 되지 않을까?"

아이들이 흔히 할 수 있는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화성에서 산소와 물, 식량을 어떻게 얻을지 질문해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다 보면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지구가 얼마나 특별한 환경인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됩니다.



바이오스피어 2가 우리에게 알려준 것

바이오스피어 2를 알아보면서 가장 인상적이라고 느낀 것은 인간이 자연을 완벽하게 통제하기 어렵고, 인간은 여전히 자연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매일 아무렇지 않게 숨을 쉽니다. 물을 마시고, 밥을 먹고, 쓰레기를 버립니다.

하지만 바이오스피어 2에서는 이 모든 것이 그냥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공기와 물, 식량을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생물과 물질의 상호작용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간이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계속 나타났습니다.



지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소중합니다

바이오스피어 2는 인류가 다른 행성에서 살아갈 수 있는지를 시험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실험이 우리에게 알려준 것은 지구를 대신할 곳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였습니다.

우리는 이미 완성된 생태계 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산소를 만들어내는 식물, 물을 순환시키는 자연, 영양분을 순환시키는 미생물, 탄소를 저장하는 토양과 바다, 그리고 수많은 생물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평소에는 너무 당연해서 느끼지 못하지만,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바이오스피어 2를 인류의 가장 신기한 실험 중 하나이면서 동시에 지구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게 해준 실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과 〈최후의 인류〉를 함께 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지구를 아껴야 해." 라고 말하는 것보다,

"우리가 지구에서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은 어떻게 유지되고 있을까?" 라고 함께 질문해 보는 것이 아이들에게 훨씬 재미있는 과학 공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인류가 다른 행성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찾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이미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 하나뿐인 지구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와 함께 고민

저도 <최후의 인류>를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보고 바이오스피어 2에서 일어났던 일들,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지구를 위해 해야만 할 일들에 대해 아이와 고민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보고 계신 독자분들도 아이와 함께 <최후의 인류>를 보고 지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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