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퇴사 뜻과 1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며 깨달은 일과 삶의 경계
조용한 퇴사 뜻과 1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며 깨달은 일과 삶의 경계
직장생활을 10년 넘게 하다 보니 요즘은 예전과 회사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회사를 배우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일을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된 뒤에는 회사에 제 몸을 갈아 넣으며 일했습니다. 퇴근 후에도 회사 일이 생각났고, 주말에도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릅니다. 회사에서는 여전히 최선을 다하지만, 퇴근하면 회사를 잊습니다. 아이들을 챙기고 집안일을 하다 보면 회사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습니다. 저는 지금의 삶이 이전보다 좋습니다.
이런 제 모습을 보면서 ‘조용한 퇴사’라는 말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처음 이 말을 접했을 때는 조금 부정적인 느낌이 강했습니다.
‘일을 대충한다는 뜻인가?’ ‘회사에 대한 책임감이 없어진다는 뜻인가?’
저 역시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직장생활을 오래 하다보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어쩌면 조용한 퇴사는 일을 대충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와 나의 삶 사이에 적절한 경계를 만드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 신입 시절, 회사를 배우던 시기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회사라는 곳 자체를 배우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업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몰랐고, 조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낯설었습니다. 내가 맡은 일을 제대로 해내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모르는 것이 많으니 퇴근을 해도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아까 그 업무는 이렇게 했어야 했나?’
‘내일은 이걸 먼저 확인해야겠다.’
‘그 문제는 왜 생긴 걸까?’
회사에서 경험하는 하나하나가 배움이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정도 업무가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더 많은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2. 일을 할 수 있게 되면서 : 회사에 몸을 갈아 넣던 시기
업무를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되자,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는 과정도 재미있어졌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제가 먼저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퇴근 시간이 지나도 일이 남아 있으면 끝까지 붙잡고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으면 집에 와서도 계속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내일은 무엇부터 확인해야 할까?’
주말에도 회사에서 발생한 문제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때가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에는 정말 치열하게 일했습니다. 말 그대로 회사에 제 몸을 갈아 넣으며 일했던 시기였습니다.
그렇다고 그 시간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업무 능력도 많이 좋아졌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배웠습니다. 지금 제가 일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준 것도 그 시절의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하지만 한 가지는 조금 아쉽습니다.
직장인으로서의 저는 많이 성장했지만, 한 사람으로서의 저는 많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3. 10년이 지나고 나니 직장생활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지금의 저는 예전과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가정이 있고 아이들이 있습니다.
퇴근하는 순간부터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됩니다. 집에 돌아오면 육아를 해야 하고, 집안일도 해야 합니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고 밥을 먹이고 이것저것 챙기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갑니다. 예전에는 퇴근하고 회사 일을 생각할 시간이 있었다면,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어느 순간 잊어버립니다.
처음에는 이것이 제가 예전보다 열심히 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예전에는 퇴근하고도 회사 일을 고민했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회사 생각을 안 하지?’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오히려 회사에서 나오면 회사를 잊을 수 있는 지금의 삶이 좋습니다.
예전에는 회사가 제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고, 지금은 회사가 제 삶의 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4. 회사에서는 최선을 다하지만, 퇴근하면 회사를 잊습니다
저는 지금도 회사에서는 열심히 일합니다. 제가 맡은 업무는 책임감을 가지고 처리하려고 합니다.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필요한 일이 있다면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합니다.
하지만 퇴근하면 회사와 저를 분리하려고 합니다. 집에 돌아오면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육아와 집안일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회사 생각이 사라집니다.
주말이나 휴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에는 주말이나 휴가 중에 회사에서 연락이 오면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무슨 문제지?’ ‘내가 뭘 해줘야 하지?’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주말이나 휴가 중에 회사에서 연락이 오면 솔직히 화가 납니다. ‘왜 지금 연락하지?’ 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그 감정도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전화를 끊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 순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잊게 됩니다. 저는 지금은 오히려 그게 좋습니다.
5. 회사에 몸을 갈아 넣는 사람을 보면 생각이 많아집니다
지금 우리 팀에도 정말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업무가 끝난 후에도 계속 고민하고, 문제가 생기면 누구보다 먼저 해결하려고 합니다.
가끔 그 모습을 보면 예전의 제가 떠오릅니다. 그래서 저도 생각하게 됩니다.
‘내가 너무 변한 것은 아닐까?’
‘나도 예전처럼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회사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예전의 제가 잘못했던 것도 아니고, 지금의 제가 잘못한 것도 아닙니다.
그때는 그만큼 일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을 통해 저는 분명히 많이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게 가족이 있고, 아이들이 있고, 회사 밖에서 살아가야 할 또 다른 삶이 있습니다. 그때와 지금의 상황이 다른 것입니다.
6. 열심히 일하는 것과 회사에 내 삶을 모두 바치는 것은 다릅니다
저는 지금도 회사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업무를 대충하고 싶지도 않고, 문제가 생겼을 때 모른 척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제가 맡은 일에는 책임을 지고 싶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예전과 달라졌습니다.
회사를 위해 내 삶 전체를 사용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시간과 가족에게 집중하는 시간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는 회사의 일에 집중하고, 퇴근하면 가족에게 집중하고, 주말에는 나의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반드시 책임감이 부족한 태도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이런 구분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7.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조용한 퇴사는 조금 다릅니다
조용한 퇴사라는 말을 들으면 흔히 ‘일을 대충하는 사람’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낀 조용한 퇴사는 조금 다릅니다.
회사에서는 맡은 바 열심히 하지만, 회사가 내 삶의 전부가 되는 것은 거부하는 것.
저는 이것이 조용한 퇴사의 한 가지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는 맡은 일을 제대로 합니다. 필요한 순간에는 최선을 다합니다. 하지만 퇴근하는 순간에는 회사와 나를 분리합니다. 회사에서 발생한 모든 문제를 내 삶으로 가져오지 않습니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와 회사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구분합니다. 그리고 회사 밖에서는 다시 가족과 나의 삶으로 돌아옵니다.
8. 지금의 저는 회사와 삶 사이에 경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회사와 삶의 경계가 거의 없었습니다. 퇴근을 해도 회사 생각을 했고, 주말에도 회사 일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경계가 분명해졌습니다.
물론 모든 순간에 완벽하게 지켜지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문제가 생기면 당연히 신경이 쓰이고, 필요한 경우에는 퇴근 후에도 업무를 처리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일상이 되지는 않도록 하려고 합니다. 저에게는 이것이 지금의 직장생활에서 중요한 기준이 되었습니다. 회사에서는 최선을 다하되, 회사 밖에서는 나의 삶을 사는 것.
9.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 어느 쪽이 맞을까요?
아마도 둘 다 맞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예전의 저는 회사에 모든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그 덕분에 많이 배웠고 성장했습니다. 그 시절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의 제가 예전보다 덜 성실한 것도 아닙니다. 지금은 회사 밖에서 책임져야 할 삶이 더 많아졌을 뿐입니다. 가족도 있고, 아이들도 있고, 나 자신도 있습니다. 예전처럼 회사에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면 오히려 지금 제게 중요한 것들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 상황에 맞는 일의 방식과 삶의 균형을 찾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1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저는 회사에 제 몸을 갈아 넣었던 시절도 경험했습니다. 그 시절에는 퇴근 후에도 회사가 머릿속에 있었고, 주말에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했습니다.그 덕분에 많이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제 삶에는 ‘회사원으로서의 나’가 대부분이었고, 한 사람으로서의 나는 많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회사에서는 여전히 열심히 일합니다. 하지만 퇴근하면 육아와 집안일을 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냅니다. 주말이나 휴가에는 회사에서 연락이 오면 화가 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전화를 끊고 나면 다시 회사 생각을 잊습니다. 저는 이제 그 모습이 싫지 않습니다.
오히려 회사에서 나와 회사를 잊을 수 있다는 것이 지금의 제 삶에서는 하나의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용한 퇴사는 반드시 회사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고, 회사와 나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만들고, 회사 밖의 내 삶을 되찾는 과정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퇴근하면 나의 삶으로 돌아오는 것.
저는 지금의 이 균형을 오래 지키면서 일하고 싶습니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과 회사에 내 삶 전체를 바치는 것은 다릅니다. 그렇다면 오랜 시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쌓은 경력은 회사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저 역시 이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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